IMF는 전례 없는 국제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왜 이를 거부했는가.
북미, 유로존, 중국,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제조업 허브가 모두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IMF와 세계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그 영향은 전세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가 25년 만에 불황을 맞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말한 대로다. "우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구의 절반을 정지시켰다. 우리 역사에는 그런 전례가 없다."
(“We have stopped half the planet to save lives. There are no precedents for that in our history.”)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선두로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발버둥쳤다. 각 국의 정부들은 그들의 폐쇄적인 생명 유지에 치중하는 각자도생에 처해 있다.
IMF는 코비드-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세계에 8조 달러가 지출, 대출, 보증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세계 GDP의 9.5%라는 놀라운 수준이다. 적자는 금융위기의 저(低)점인 2009년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재정정책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는 G-20 회원국이다. 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여건조차 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은 즉각적인 세계 금융 문제를 다루는 기관으로서 최전선에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유엔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IMF에 도움을 신청했다.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일련의 까다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 무엇보다도, IMF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자격이 있는지 결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 단기 원조는 장기적 개발 필요성, 즉 세계은행의 구제금융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자금과 은행이 제공한 금융지원이 수혜 국가의 위기를 벗어나게 하고, 가급적 특정 국가 대부업체나 민간 은행,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가?
미국은 현재 IMF 이사회 특별인출권의 지분 16.5%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가장 강력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IMF의 주요 결정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 이번 춘계 회의는 G-20 재무장관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된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의 형태로 새로운 위기가 도래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영국 전 총리는 100명이 넘는 전직 대통령과 총리들로 구성된 명단을 모아, 최빈국의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건전성 관리와 부채 경감을 위해 G-20이 지원하는 공동 결의를 요구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이런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과 함께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의 사용을 제언했다.
SDR은 1969년 IMF(국제통화기금) 워싱턴회의에서 도입이 결정된 가상의 국제준비통화이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제한 공급할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문제가 있어 새로운 통화를 만들 필요성이 제기돼 채택됐다.
SDR의 ISO 4217 통화 코드는 XDR이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인민폐(renminbi), 엔화, 파운드화 등으로 구성된 IMF의 합성 통화인데, 이를 XDR 바스켓이라고도 칭한다. SDR은 IMF로부터 받는 대출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 가맹국이 국제 수지 악화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또는 통화이다. 즉, SDR은 IMF 회원국이 서로 예비통화를 보유했다는 전제 위에 인정하는 청구 권한이다.
SDR의 통화가치는 5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통화를 가중 평균해서 산정한다. IMF 회원국은 일정규모의 SDR을 출연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SDR을 배분받아 사용한다.
현재 SDR 보유량은 약 341조 9770억원($281 billion)이다. 브라운과 서머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1조 달러를 추가 발행할 것을 요구했다.
SDR 추가 발행은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도자들로부터도 호의적이었다. 이번 주 이 안건의 일부 핵심부분이 합의되었다. 가장 가난한 76개국의 부채는 동결 될 것이다. 세계 금융업계의 로비단체인 국제금융협회(Institute for International Finance, IIF)도 이번 동결(standstill)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2009년 미국의 달러 기축통화에 반대하고 SDR이라는 다자간 협력방식의 통화를 옹호하느라 미국과 대립하던 중국은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추었다.
IMF는 신속한 긴급대출을 위한 새로운 시설을 배치하고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외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동성 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IMF의 자체적인 화력을 확장하거나 SDR의 예치금을 확장하려는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지분과 의사결정권한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와 IMF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협조적이었다.
지난 3월 말 미 의회는 IMF의 화력 유지에 필수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이른바 '신차입협정'(NAB, New Arrangements to Borrow)의 갱신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 주 춘계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굳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를 겨냥해 비난 한 것과 동시에 최근 대두된 SDR 이슈 시류에(bandwagon)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 재무부는 SDR 보유량 확대 제안을 잘못된 목표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SDR은 기존 보유량에 비례하여 발행되기 때문에 70%는 G-20 회원에게 돌아가게 되고 SDR의 단지 3%만이 G-20이외의 가장 어려운 나라에게 할당될 수 밖에 없는데,
G-20 회원국들이 더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SDR 가용성을 늘리기를 원한다면, 회원국들은 우선 최빈국들에 대해 SDR을 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IMF로부터 자금을 신속히 지출해서 최빈국의 부채를 당분간 경감 시켜주더라도, 기금 자체의 자원이 전반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최빈국에 대한 SDR 할당량도 거의 증가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례를 들면서, 므누신 장관은(Steven Mnuchin) 마크 소벨 같은 노련한 미국 재무부 관리들과 의견을 함께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기금을 가장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주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SDR증액을 두둔하는 측에서 최빈국 뿐만 아니라 신흥개도국에 대해서도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최빈국들은 총 1,500억 달러가 넘는 공적 부채를 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흥시장인 개도국들은 거의 7조 6900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데,
이 중 4840억 달러는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채권이고, 2조 달러는 은행에 지고 있는 장기 채권이며, 2조 1000억 달러는 단기 차입이다.
현재 주요 20개국은 SDR 발행규모를 늘리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으나, 인도는 국제 통화 기금 (IMF)의 새로운 특별 인출 권 (SDR) 제안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니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 연합 재무 장관은 "이는 COVID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SDR 할당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 예비비를 첫 번째 방어선으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SDR은 국내 통화 및 재정 안정에 기여할 수 없다" 라고 했다.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칠레의 목소리들이 "중진국을(신흥개도국) 위한 협정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바(Кристалина Иванова Георгиева) 현 IMF 총재는 2조5000억달러는 세계 165개 빈국과 신흥개도국들의 자금 수요에 대비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SDR의 기존 보유분과 IMF의 자체 대출력은 8,0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SDR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6500억 달러의 SDR 허용량은 미국법의 변경 없이 기존의 규정에 따라 IMF의 모든 회원에게 즉시 분배될 수 있다. 이는 쉬운 기술적 해결책이다. 그럼에도 왜 미국은 새로운 SDR의 발행을 거부하고 있는가?
그 이유로 한 가지 추정해볼만한 것은 미국 재무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두 적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IMF자원을 배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카라카스와 테헤란에 제공되는 구호물자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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